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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불행을 기뻐합니다. - 「멋진 신세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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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브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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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회
작성일
19-07-1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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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ka Baumeister, unsplash.com



김경옥의 책을 읽는 기쁨 16.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문예출판사

우리는 불행을 기뻐합니다.


우리의 ‘자유 의지’ 이전에 많은 것들이 이미 주어진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분명 일부분 이러한 논리에 어느 정도는 신세를 지고 있을 것이다. 나의 성공이 나의 자유의지에 의한 노력에만 기반한 것이라면 사실 우리는 힘들게 사는 이웃을 도울 만한 근거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성공한 것은 나의 노력 때문이고 당신이 힘들게 사는 것은 당신이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어떠한 노력에도 그에 합당한 고통이 따르는 것이거늘, 그러한 고통을 회피한 당신에게 그러한 고통을 모두 감내한 내가 왜 당신을 도와야 하는가? 라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성공이란 비단 우리 자신의 노력에만 기반한 것이 아님을 안다. 인간은 사회적 구성원으로써 사회와 어떠한 영향이라도 주고 받을 수 밖에 없으므로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만 모든 것을 이루었다는 주장은 그가 무인도에 살지 않는다면 진실일 수 없기 때문이다.


p.225
     그의 지적 탁월성은 그것에 합당한 도덕적 책임을 수반해야 되는 거야.
    사람의 재능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곁길로 이탈할 가능성도 커지는 법이야.



또한 우리는 우리가 ‘노력’이라고 말하는 그러한 ‘의지’ 또는 ‘동기부여’ 또는 ‘자극’ 조차 어쩌면 내가 그러한 노력에 대한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그저 주어진’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누군가는 그러한 노력을 고무할 수 있는 환경에 태어났고 그러한 환경에 속했으나, 또 다른 누군가는 그렇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노력이 고무되는 환경에 속하여 노력에 대한 의지를 가졌던 이는 그 노력이 오로지 순수한 자신의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바로 이런 연유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대한 당위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성공이 오로지 나의 자유의지로 인한 나만의 것이 아니기에 나의 성공을 타인과 나누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강화된다. 영국 작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 인간은 모두 (시험관 같은) 병 에서 태어난다. 여자들은 임신을 하지 않고, 모든 인간은 태어나기 전부터 각각의 계급에 부합하는 조건 반사 교육을 받는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모든 인간은 자신의 계급에 만족하며 행복해한다. 이들에게 고난, 고통, 불행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태어난 이후에도 수면 시 교육을 통해 계속해서 세뇌되며,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깐의 고통이라도 온다면 소마 라는 약물을 통해 모든 인간은 즉시 다시 행복해진다.

 

p.23
우리는 또한 계급을 미리 정하고 조건 반사적 습성을 훈련시킵니다. 
우리는 사회화된 아기를 내놓습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만나면서 드는 가장 큰 두려움은 미래가 이러한 모습일 수도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이 신세계에서 그리는 다수의 모습이 이미 현재에도 존재한다는 것에 있다. 멋진 신세계에서의 미래는 어느 정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인간이 원래 이렇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이 소설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멋진 신세계에서 그려지는 장면 중에는 지금의 우리 모습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물론 멋진 신세계에서의 환경은 현재에도 비슷하게 존재하는 것을, 그것이 분명하고 명백하게 강화 시킨 것으로 보인다.) 


 

멋진 신세계에서 모든 인간이 태어나기 전에 그 계급을 확정한 후 태어나며, 이후에도 각자의 계급에 맞도록 교육되는 것처럼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마땅히 행해져야 할 당위를 가지는 근거를 찾기 위한 과정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논리와 같이) 우리는 현재에도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고, 어떤 환경에 속했는지에 따라서 이미 결정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이 있음을 결코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마치 멋진 신세계에서 각각의 계급의 인간들이 자신의 일과 지위에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것처럼, 우리의 지금 현실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받아들이고, 이것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들은 행복을 맛 볼 수 있다. 멋진 신세계에서도 지금의 현실은 이와 같이 주요한 맥락에서 동일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다만 멋진 신세계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아주 정확하고 명확하며 절대 변동이 없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과 다른 점일 것이다. 인간이 이미 정해진 대로 태어나, 이후에도 자유의지를 상실하고, 자신의 주어진 처지에 만족하며 노예와 같은 삶을 살지만 고통과 고난과 불행이 없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 멋진 신세계.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주어진 삶을 극복하고, 고난을 인내하고 고통과 불행을 느끼면서도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내며, 마침내 이 과정을 통해 그러한 과정을 겪지 않았다면 결코 맛보지 못할 고차원적인 행복감을 맛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은 고난과 고통과 불행을 극복하면서 인생과 인간에 대한 진리에 한걸음씩 다가가는 기쁨을 만끽하게 된다. 이러한 것들은 행복만이 가득한 세상, 멋진 신세계에서는 결코 없는 것들이며, 있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겪어서 인간이 진리에 가까이 가게 될수록 견고한 계급 체계가 흔들리고, 사회가 안정을 잃으며, 그저 주어진 것에 만족했던 다수의 인간들이 점차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p.370 
최종 목적이란 현재의 인간 영역 밖에 있으며
인생의 목적이란 행복의 유지가 아니라 의식의 강화와 세련이며 지식의 확대라는 믿음을 심어줄 위험이 있는 사상이다.

  


나는 우리도 ‘멋진 신세계’에 등장하는 ‘야만인’처럼, 아무런 고통이 없는 행복만이 가득한 멋진 신세계에 대하여 의문을 품고, 이에 대해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기를 바란다. 모든 것이 주어지고 만족하며 행복만이 가득한 그 곳에 대하여, 일견 고난과 불행으로 점철된 삶을 사는 우리가 공포를 갖는 다는 것은, 우리가 주어진 환경을 변화시킬 고통과 고난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뜻일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우리가 우리 인생에 다가오는 고난과 고통, 또는 불행에 대하여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p.282
고통과 분노를 느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X광선처럼 예리하게 마음을 투시하는 훌륭한 글을 생각해낼 수 없는 것 입니다. 

  


나는 우리 세계가 불행이 있고, 또 그러한 불행을 극복할 힘을 다져가는 세계여서 좋다. 이러한 세상에 사는 것이 그저 아무것도 모른 채로 행복하기만 한 인생을 사는 것보다 훨씬 더 재미지고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p.367
위험 속에서 삶을 산다는 것에도 무슨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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