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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계세요. 퇴사하겠습니다] 끝까지 살아남는 법.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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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종택 │올브레인뉴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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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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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ue and yellow cabin tent on field

Kyle Glenn. unsplash.com    

"이런 곳인지 몰랐어요. 정말."


안녕히 계세요퇴사하겠습니다.

끝까지 살아남는 법. 


 

 

솔직히 말해서 내가 이만큼 욕망에 충실한 사람이란 것은 지난 회사생활을 돌아보면서야 알게 되었다. 비록 내가 생각했던 직장은 아니더라도, 생각했던 업무는 아니더라도, 돌아오기 싫었던 분야라 하더라도, 지금 당장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면 “몸을 낮추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사마천의 사기열전 구절을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강한 자가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직장에 취업 후 멘토님을 뵐 수 있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같은 건물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점심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멘토님은 이 분야에서만 30년 넘게 몸을 담았던 분이라 지금 내가 일하는 직장이 어떤 곳인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근무환경과 조직 문화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었다. 게다가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해외로 박사 유학을 준비했던 내가 한국에 남아있던 것에 대해서 궁금해 하기도 했다. 


비록 해외 유학은 경제적인 문제로 연기하게 되었지만, 다시 이 분야로 취업을 결정했다-는 결정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셨다. 그 반응이 이해가 된 이유는 내가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고, 연구 포트폴리오를 개발한 이유 중 하나가 이 분야에서 조금 더 좋은 위치에 올라가서 일을 하겠다는 욕망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되려면 아직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멘토님과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면서 D기관에서의 근무와, 업무를 이야기 하면서 이곳을 어떤 발판으로 삼을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 말을 들은 그 분에게서 “네가 이곳에서 1년을 버티면 인정해주겠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때는 멘토님의 대답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된 답변이라고 생각된다. 굉장히 힘든 곳에서 1년 이상 버티면 능력을 인정하겠다는 의미였거나 혹은 이 분야에 네가 잘 맞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겠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난 1년을 버티지 못하고 D기관을 퇴사한 후 글을 쓰고 있으니 멘토님의 답변에 부응하지 못했다. 


지금에서 멘토님의 대답을 다시 생각해보면 단순히 그 직장에서 1년 이상 근무하라는 의미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직장생활을 버티는 것으로 바라보지 않고, 그 안에서 너만의 의미를 찾아보라는 말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사마천의 사기열전 “몸을 낮추고 때를 기다릴 것”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왜냐하면 8개월이란 시간 동안 몸을 낮추고 적절한 때(취업 공고)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하고, 준비했기 때문이다. 


어느 직장이나 비슷하겠지만, 취업 후 3개월은 양호했었다. 수습 기간이라는 점 때문에 더 집중했었다. 물론 그곳에서 ‘수습 기간’이라는 의미는 대기업의 수습 기간처럼 채용 여부를 결정할만큼 중요한 사항은 아니었지만, 기왕 시작한 직장생활을 처음부터 망치는 것은 나에게 장기적으로 좋지 않으니 최대한 집중했다. 힘들 때면 미생의 장그래를 떠올리며 위로를 얻었다. 오로지 일에만 집중했던 캐릭터이니까. 


그러나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서서히 이 직장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미래를 바라보기 어렵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오히려 대학원 졸업 전 지도교수님이 제안했던 한국연구재단의 연구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취업 후 “이런 결정을 했었다면 더 나아졌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직장생활의 끝은 좋지 않았다. 물론 이런 경우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겠지만, 나는 끝이 좋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출근길도 매우 힘들었다. 집에서 회사까지의 통근 시간이 오래 걸려서 힘든 것이 아니라, 정말로 “회사 가기 싫다.”는 마음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D기관에서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논문을 준비하고, 전공 수업을 준비했던 대학원 시절이 더 편하고, 즐거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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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BS 2TV 오피스 모큐멘터리 <회사 가기 싫어>


"그때였어요. 아차 싶더라고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시기는 3개월 수습 기간이 마무리된 직후였다. 그리고 마침 그 때 첫 퇴사자를 보게 되면서 내 안에 서서히 균열이 생기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본능적으로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게 되었다. 탈출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이직할 수 있는 직장, 이직할 직장의 조건, 나의 사업 실적, 연구실적 등등이었다. 왜냐하면 연구기관에서 자리를 잡고 싶었기 때문에 그곳에 맞는 조건들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말을 되새기며 수습 이후의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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