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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계세요. 퇴사하겠습니다.] 두 번째 여정: 이렇게 취업이 되어도 괜찮을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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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종택 │올브레인뉴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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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0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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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ur men diving to the pool

Andrew Itaga. unsplash.com   


안녕히 계세요퇴사하겠습니다.

두 번째 여정: 이렇게 취업이 되어도 괜찮을까?  


 

 

아주 좋은 조건도 아니었지만아주 나쁜 조건도 아니었다그냥 평균처럼 보였다게다가 국제개발협력 전공자가 모집공고에 명시되어 있었다이 조건이라면 면접은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정부 산하의 기타 공공기관 이었기 때문에 합격만 한다면 나름 안정적인 조건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이것은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조건이었다.

 

그러나 나쁜 조건은 직장 정보를 제공하는 J사이트의 전현직원들의 리뷰 결과가 말해주고 있었다. ‘세상에 신의 직장이 존재하나?라는 마음으로 전·현직자들의 리뷰를 읽어보았지만괜히 읽어보았나 싶었다.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속담이 이런 상황에서 꼭 맞아 떨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선 지원은 해보기로 결정했다어차피 대학원 학위 수여식만 남겨두었을 뿐나는 더 이상 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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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새개끼님의 트위터 

 

이 분은 공자맹자에 버금가는 현자 일지도..

저 이름을 보고 노인코래방을 생각한건 나뿐인가..

 

 

기관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자기 소개서 양식과 직무 설명서를 확인해보았다말로만 들었던 NCS 전형 자기소개서와 직무 설명서를 천천히 읽어보았다전반적인 내용은 대학원 전공 수업에서 배운 것들이었다그러나 우리는 학교에서 배운 전공과 실무에서 적용되는 지식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더욱이 행정업무 비중이 높은 공공기관은 전공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확률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이런 기회비용을 하나에서 열까지 파악하는 내 자신을 모르는게 약이다.’라는 말로 위안을 주면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자기소개서의 질문은 구체적이었다. NCS가 직무역량을 기반으로 한 채용 기법이라는 말처럼 실질적인 활동 내용을 묻는다고 생각되었다취업준비를 하면서 자기소개서를 많이 써보았지만첫 질문에서부터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는 질문을 마주하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이유는 간단했다누가 보아도 대학원에서 연구 비중이 높았던 포트폴리오를 본다면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관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면접관 입장에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아무리 신입 직원 채용이라고 하더라도채용하는 기관(기업)은 즉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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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NL인턴 전쟁


 

그나마 대학원 입학 직후에 국제개발협력 컨설팅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사업 시작부터 참여해서 해외출장과 중간보고회최종 결과보고서 작성까지 참여했던 경험은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그래서 자기 소개서에서 연구 내용보다 프로젝트 경험을 위주로 작성하는 전략을 선택했다가급적 심사위원 입장에서 쉽게 평가할 수 있는 요소를 배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작성을 위한 시간도 넉넉히 준비했다초안은 하루 이틀 내에 완성하고최종 제출일 하루 전까지 자기 소개서를 보완했다왜냐하면 자기 소개서도 한 편의 글이기 때문이다그래서 글쓰기의 기본인 초안은 빠르게 완성하고탈고는 최대한 많이 한다.’를 활용했다.

 

서류를 제출하러 가던 날 기분이 여러모로 복잡했다인터넷뿐만 아니라 스마트폰더불이 인공지능 시스템이 탑재된 스피커가 보편화된 시대다그런데 자기 소개서와 기타 서류를 직접 제출하러 B기관에 방문했다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했기 때문에 B기관에 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만약 취업이 되더라도 오래 일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그래서 그 날 겨울바람이 더 춥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서류를 무사히 접수하고 광화문 근처에 위치한 교보문고에 잠시 들렸다머릿속을 정리하고 싶을 때 서점만큼 좋은 장소는 없다책 제목들을 훑어보면서 요즘은 어떤 책들이 유행할까왜 이런 제목의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될까라는 시시콜콜한 질문들을 나에게 던지면서 정처 없이 서점을 돌아다녔다어쩌면 이렇게 취업이 되어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을 생각하기 싫었기 때문이리라나의 꿈을 위한 취업이 아니라고학력 백수가 되고 싶지 않다는 절박함이 나를 이곳까지 오게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절박함과 간절함의 차이를 알게 된 시간은 5년 전 첫 직장에서 구체적인 이직 계획 없이 퇴사 후 6개월 동안 준비했던 취업준비 시기였다취업을 위해서 평균 100여개의 자기 소개서를 준비한다는 취업 준비생들의 이야기가 낯설게 느꼈다인턴부터 첫 직장 입사까지 3개 이상의 자기 소개서를 준비해보지 않았다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춘 인재라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첫 번째 이직 준비는 나의 실력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운이 좋았기 때문에 취업이 되었던 것이다.’라는 교훈을 가르쳐 주었다그리고 이직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도 없었다단순히 지금 당장 월급을 받고 일할 수 있는 직장에만 들어갈 수 있다면 좋다는 마음뿐이었다꿈과 미래에 대한 간절함보다 지금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절박함이 더 컸다게다가 그 당시에는 아버지의 명예퇴직이 6개월 남짓했기 때문에 나에게 취업은 단순히 일자리를 얻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한 집안의 살림을 책임진다는 것의 무게감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다행히 아버지의 명예퇴직 1개월을 남기고 취직이 되었다그러나 그때와 똑같은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1년 전 이맘때 겨울의 나에게는 이렇게 취업해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이 사치였다.

 

이런 질문을 생각할 틈도 없이 며칠 후 서류 통과 안내문과 함께 면접 안내메일을 받게 되었다면접은 세 가지 전형으로 진행되었다첫 번째는 PT면접두 번째는 토론 면접마지막은 다대다 면접이었다신기한 사실은 이 모든 전형이 하루 만에 모두 진행된다는 점이다다대다 면접은 여러 기관에서 경험해보았지만, PT면접과 토론 면접은 나에게 처음이었다일반적으로 PT면접과 토론 면접은 대기업 입사시험의 과정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면접 시작 2주일 전 PT면접의 주제를 받은 후 스티브 잡스부터 마크 주커버그의 프레젠테이션 모습을 분석하고그들의 프레젠테이션 방법기술 등을 연구한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나름대로 프레젠테이션도 가독성을 높이면서, B기관의 발전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방향으로 준비했다게다가 대학원 과제 발표에서도 써보지 않았던 스크립트를 작성하고몇 번이고 읽고연습했다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취업의 당락을 결정하는 면접용 프레젠테이션의 무게감은 확실히 다르게 느껴졌다.

 

프레젠테이션 제출 마감 하루 전까지 프레젠테이션과 스크립트의 내용이 서로 논리적으로 연결되는지 최종 검토 후 인사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냈다앞으로 3일 후 최종 면접의 날이다이 면접을 통해 1992년 발매된 이오공감의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이란 노랫말 구절인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가 취업에도 적용될 줄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역시 직감을 무시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역시 무엇인가 준비할 때 스스로 설득되지 않는 일은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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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한방도시님의 댓글 작성일

사회과학계열이 많이 다른 줄 알았는데 고민의 줄기는 비슷한과봐요. 재밌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