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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문학 독일유학기 - 1 -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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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수 │올브레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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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태수_첫 방문한 괴팅엔 대학교에서 찍은 중앙도서관    

나의 인문학 독일유학기(1)

 


나는 한국의 한 대학교에서 사학과 학사과정을 마치고, 2015년 겨울부터 2017년 여름까지 독일 괴팅엔 대학교(정식 이름은 Georg-August Universität Göttingen)에서 사학과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이후에는 지금까지 같은 곳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역사학도이다.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것이 과장 조금 보태서 해외여행 가는 것만큼이나 흔해진 시대에 굳이 내 유학 경험에 대해 쓰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대부분의 한국 유학생이 미국이나 영어권 국가로 유학을 떠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의 유학생활에 대해서는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한 정보와 경험담을 접할 수 있지만, 독일이나 유럽의 유학생활에 대해서는 접할 수 있는 정보 자체가 많지 않을뿐더러 입에서 입을 거치며 과장되거나 잘못 전달되는 내용도 상당히 많다.

 

두 번째 이유는 드물게 독일이나 유럽으로 유학을 온 경우에도 석사부터 시작하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기 때문이다. 지금은 한국에서 교수가 되신 연배의 학자들 중에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박사논문을 쓰신 분들은 많지만, 이 분들의 경우 대부분 석사과정까지 한국의 모교에서 마치고 박사 논문만 유럽에서 쓴 경우가 많다. 유럽, 특히 독일의 경우 석사까지의 과정과 박사 이후의 과정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기에 자연스럽게 전자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한국에서 접하는 것은 지금까지도 어려운 일이 되었다.

 

마지막 이유는 유학생활에 대해서 접할 수 있는 정보 중 많은 것들이 공학을 비롯한 이과 분야에 관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흔히 문사철이라 불리는 순수 인문학을 외국에서 전공하는 경우는 유학생 중에서도 소수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여러 이유들 때문에 유학생활에 관한 수많은 기존의 정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역사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이 꿈은 내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가 살고 있는 사회를 이해해야 하고, 내가 살고 있는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사회에까지 이르게 된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거창하고 진부하면서도 유치한 역사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어쨌든 그 당시에는 진지하기만 했던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동양사보다는 서양사, 그 중에서도 근대 유럽사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하며 (아마 진지하게 학문을 하기로 생각했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겪었을) 일종의 학문적 욕구불만을 경험한 나는, 유럽사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학부를 졸업하고 곧바로 석사과정부터 유럽에서 공부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때가 군대에 가기 전 2학년 무렵이었다.

 

당시의 나는 아직 프랑스와 독일 중 어느 국가로 유학을 갈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어느 국가로 가게 되든 서양사를 공부하기로 마음 먹은 이상 프랑스어와 독일어 모두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학년을 마치고 입대를 하면서 전역하기 전까지 우선 프랑스어를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목표는 당시 내가 다니던 학교의 불어불문학과 졸업 요건인 DELF B2였다. 이를 위해 공부할 시간이 많다고 알려진 공군에 입대했고, 결과적으로 전역 4개월 전에 시험에 합격했다.

 

B2는 당시 우리 학교의 졸업 요건일 뿐만 아니라 많은 프랑스 대학의 입학조건이기도 했기에 이후 나는 시험을 위한 프랑스어 공부는 잠시 중단하고 독일어를 새롭게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오로지 독학을 해야했던 군대에서와는 다르게 전역 이후에는 독일문화원에 다닐 수 있었고, 그 덕분에 1년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독일 대학원 입학에 필요한 시험인 TestDaF 점수를 맞출 수 있었다. 이때가 학부 3학년이었다. 내가 외국어를 배웠던 과정에 대해 굳이 쓰는 이유는 혹시 독일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이가 있다면 최대한 일찍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하라는 것, 더 중요한 것은 입학을 위한 언어 점수를 최대한 일찍 갖춰 놓으라는 조언을 하기 위함이다. 미리 행정적으로 필요한 언어 점수를 맞춰 놓은 이후에는 자유롭게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이후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 1년 남짓 전공과 관련된 원서를 읽으며 독일어 실력을 쌓았고, 이때 쌓은 실력이 독일에서의 석사과정을 시작한 초기, 수업에 적응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언어 시험을 마친 이후에는 학부 졸업을 위한 수업을 계속 들으며 독일 대학 지원에 필요한 여러가지 서류들을 준비해야 했는데, 예를 들어 학부에서 참가했던 수업 목록과 학점 내역, 이력서, 그리고 Motivationsschreiben이라고 하는, 여러 대학 중에서 굳이 해당 대학에 지원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밝히는 짧은 글이 있었다.




 

독일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마저 독일 대학에 대해 말할 때면 흔히 독일 대학은 입학은 쉬운데 졸업이 어렵다고 하는 것을 들어봤을 것이다. 여기서 입학이 쉽다는 말은 대개의 경우 맞는 말이다. 독일의 대학은 몇몇 예외적인 과를 제외하고는 입학 정원을 따로 두지 않고 일정한 입학 요건을 만족한다면 모두 입학을 허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 대학원의 입학 요건에는 한국 학생으로서는 몇 가지 간과하기 쉬운 부분들이 있다.

 

첫 번째로 한국의 경우 대학원에 입학할 때 학부 전공과 다른 경우라도 지도교수와 상의해서 입학할 수 있지만, 독일에서는 엄격하게 학부와 같은 전공으로만 대학원에 진학 할 수 있다. 예컨대 학부에서는 철학이나 문학을 공부했지만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싶은 경우, 한국에서는 상황에 따라 가능할 수 있지만 독일에서는 입학 자체가 불가능하다. 두 번째는 독일 대학에는 교양 수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학부에서 전공 수업을 최대한 많이 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나의 경우 흔히들 하는 이중전공이나 복수전공을 하지 않고 심화 전공을 선택해서 졸업에 필요한 130학점 중 70학점 넘게 사학과 수업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 대학으로부터 입학 후 2학기 내에 학부의 세미나 하나에 참석하고 해당 과정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는 조건부 입학 허가를 받았다.

 

나는 이렇게 몇 가지 필요한 준비를 하는 동시에 한국에서의 마지막 학기를 다니면서 독일 대학원에 입학 서류를 우편으로 제출했다. 독일의 대학은 한국이나 미국과는 달리 서열이 나뉘지 않기에 한 학기 동안 내가 공부하고자 하는 세부 전공 분야에서 명망 있는 교수와 학자들이 있는 곳을 찾았다.  그 결과 하이델베르크, 프라이부르크, 그리고 괴팅엔 대학교에 지원했고, 곳 모두로부터 입학을 허가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학부에서 마지막 학기를 마친 후, 정식으로 졸업장을 받기도 전에 독일로 떠나게 되었다.

 


_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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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한빛님의 댓글 작성일

안녕하세요. 혹시 학사에서 본전공이 어문계열이고 복수전공으로 경제를 하고있는데 경제쪽으로 독일 석사 유학이 가능할까요? 감사합니다.

올브레인님의 댓글의 댓글 작성일

안녕하세요, 김한빛님. 독일고등교육진흥원 DAAD의 안내에 따르면 복수전공, 이중전공으로 두 개 이상의 학사를 보유한 경우 한 가지를 선택해 독일 석사 진학이 가능하지만 한국의 대학에서 들은 복수전공의 전공학점을 ECTS 로 환산했을 경우, 전공학점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해당 전공으로 석사 진학이 어려울 수 있으니 필요 학점과 환산 학점 등을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독일고등교육진흥원 DAAD는 독일에서 국제연구교류 등을 증진하기 위해 설립한 공공기관입니다. 주한 DAAD에서 독일 유학을 원하는 분들에게 관련 정보와 상담 또한 제공하고 있으니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시다면 참고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