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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로 산다는 것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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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상현 │올브레인뉴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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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walking near train 



시간강사로 산다는 것


 

시간강사로 산다는 것은 한마디로  힘들고 고달픈 일이다. 처음엔 대학 졸업해서 석사, 박사 논문을 밤낮으로 열심히 써서 학위 받느라 힘들고 고달프고, 다음으로 시간 강의하러 이 대학, 저 대학 쫓아다니다가 방학 때는 실업자 신세라서 힘들고 고달프다. 그런데 이제는 대학 교수 자리는커녕 시간 강의도 별로 없어 다른 직장으로 전업할까 고민해도, 나이는 많고 모아둔 돈도 없어 이제나 저제나 언제 교수 눈에 벗어나 짤리게 될 지 걱정만 하니 더더욱 힘들고 고달프다. 나 또한 20년 넘는 세월 동안 힘들고 고달픈 석박사, 시간강사로 살다보니까 혼자 있으면 가끔 웃음이 절로 나온다. 혹시 지금까지 고달프고 힘들었던 나의 삶이 가볍게 여겨져서 그런가?

 

말한 김에 좀 더 해보자. 사실 시간강사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정부가 대학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처우개선을 위해 만들었다는 시간강사법은 보아하니 유야무야 사라질 게 뻔하다. 그리고 대학과 교수가 시간강사를 위해 애썼다는 말은 태어나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아니 철저히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입각한 대학과, 마치 자신은 시간강사 한 적이 없는 것처럼 말과 행동하는 교수에게 무슨 기대와 희망이 있겠는가?

 

결국 문제는 하나로 귀결된다. 즉 싫든 좋든 이러한 현실 앞에서 시간강사로 계속 강의와 연구 생활을 이어 나가든지, 아니면 늦었지만 다른 길로 급선회하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든지 하는 부정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결단 말이다. 그리고 만약에 시간강사로 남고 싶다면, 애초에 힘들고 고달픈 길을 스스로 선택한 만큼 시간강사 문제 또한 정부나 대학, 교수가 아닌 우리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현재 시간강사의 가장 큰 문제를 크게 두 가지라고 본다. 하나는 경제적인 문제, 즉 돈 문제이고, 또 하나는 교수가 되는 문제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나의 극히 개인적 사례를 들어 나름대로 해결 방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경제적인 문제에 관련해서 말하자면, 현재 나는 일본어 시간강사로 있으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강의가 현격(이에 관해서는 강의전담교수 채용에 따른 문제 등, 기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도저히 강의로만 생활할 수 없었던 나는 평소 논문을 써 왔던 것을 경험으로 논술강사를 하고 있다. 어차피 내용은 다르더라도 쓰는 논문 쓰는 형식은 같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대치동에 있는 논술강사를 했다가 현재는 추석 논술 특강 때만 알바 식으로 하고 있다. 또한 한국연구재단 지원의 공동 및 개인 연구를 꾸준히 신청해 왔으며, 지금까지 학술연구교수와 신진연구교수가 선정되어 단독 연구해 왔다. 다만 과거 석박사 때 연구해 왔던 소재나 주제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다시 말해서 시간강사하시는 여러분 또한 비록 자신이 해왔던 연구에만 한정해서 한국연구재단에 신청하기 보다는, 자신의 연구 분야를 확대(연구 범위의 폭을 넓게 하거나)하여 현대 흐름에 맞는, 혹은 서로 다른 연구 분야의 틈새를 찾아 새로운 소재와 주제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 예로, 내가 학술연구교수로 선정된 과정을 대략적으로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사실 일본근대문학을 전공해 온 나로서는 전공과 관련된 계획서가 개인적으로 아무리 새롭고 참신하다 하더라도 심사위원 3명에게 높은 점수를 기대하기란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근대문학을 연구하는데 한국연구재단에서 비싼 연구비(학술연구교수로 선정되면 3년간 총 12천 만원의 연구비와 해당대학 연구소에서 연구실을 제공한다)를 줄 타당성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지금까지의 전공 및 연구와 관련 있거나 혹은 다른 무언가를 찾아야 했는데, 막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러던 차에 과거 일본 유학생활과 평소 대학 강의를 하면서 느끼던 의문, 즉 어째서 조선은 힘없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는가? 그리고 조선에는 과연 일본과 같은 근대화를 일으킨 선각자가 없었던가? 등의 의문으로 촉발된 한일 근대 역사의 관심은, 급기야 1884년에 일어난 갑신정변과 김옥균을 중심으로 한 개화파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특히 갑신정변 실패와 그 후 약 10여 년 간 일본 망명 생활 및 상하이에서의 비극적 죽음을 맞이했던 김옥균의 경우, 한국과 일본에서 김옥균의 행적과 그를 소재로 한 신문이나 잡지 및 소설이나 희곡 등이 당시 근대는 물론이고 현대에 이르러서도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음을 알았다. 따라서 나는 그러한 김옥균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중심으로 시대마다 재현되는 그의 역사적 위상이나 가치에 관한 연구계획서를 내게 되었고, 2011년 선정되어 가천대학교 학술연구교수(2011,7~2014, 6)로 제 2의 새로운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한편, 한국연구재단 이외에도 일본 연구재단에도 신청하여 연구지원을 받는 적이 있거나, 아니면 사설 외국어학원에서 일본어 강의를 하며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다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 사실은, 시간강사 모든 분들의 공통된 생각이라 여겨지지만, 돈을 벌려고 시간강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우리 시간강사는 최소한의 경제적 생활만 유지된다면 자신이 오랫동안 연구해 온 지식과 업적을 토대로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지식과 경험을 전달하거나, 혹은 책으로 출판하여 사회에 환원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것 또한 돈을 버는 것이 아닌, 생활 유지에 관한 것이고, 다만 이를 참고하기 바랄 따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교수가 되는 문제에 관련해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보통 우리는 학위를 받고나서 시간강사로 일하다가 어느 시점에 교수가 되는 것이 일반적 생각이자 희망이다. 즉 시간강사는 교수로 가는 과정의 일부이지 결코 목표가 아니다. 그래야 안정된 생활 기반에서 충실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 한국 사회에서 교수가 된다는 것은 나 자신만의 실력과 역량을 가지고는 될 수 없다. 그리고 이에 관해서는 요즘처럼 각 대학에서 교수채용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게다가 여러분 자신도 각자 교수채용에 관해 쓰디쓴 경험을 한 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더욱이 저출산 고령화 사회나 4차 산업혁명 등 최근의 시대적 흐름은, 결국 대학교수가 되고자 하는 우리들로 하여금 주체적이면서 근본적인 인식 변화, 요컨대 대학교수가 되는 목표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설령 교수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강의하고 연구할 기회가 있는 시간강사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자신이나 누구를 원망할 것 없이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교수채용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교수가 되지 않는다 하여 스스로 슬퍼하거나 괴로워하는 일에 더 이상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짧지만 나의 견해이다.

 

나는 글의 모두(冒頭)에 시간강사로 산다는 것은 힘들고 고달픈 일이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시간강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순간, 여러분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 않았던가? 시간강사를 하면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일만 사천 번 절망하며 보내지만, 우리가 쌓아온 연구와 업적은 일회성이 아닌 한국 사회와 역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영속성을 갖는다는 사실도 믿고 있다. 시간강사로 산다는 것은 비록 자본주의라는 현실과 거리가 먼 비생산적인, 비효율적인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연구와 업적이 우리 사회의 문화를 이끌어 나간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시간강사는 어쩌면 남들에 비해 욕심 많은 행복한 삶일지도 모른다.





편집자 주. 해당 칼럼은 지난 7월에 쓰여진 글입니다. 글의 배경 상황이 현재와 다소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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