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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옥의 책을 읽는 기쁨 10. 당신의 깊은 뜻을 헤아려. - 「접시꽃 당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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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옥│올브레인뉴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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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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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 petaled flowers 


김경옥의 책을 읽는 기쁨 

10. 당신의 깊은 뜻을 헤아려. - 「접시꽃 당신 」

도종환 저실천문학사

 


벌써 일년일년 전에 읽고 일년 후인 지금 다시 읽었다내가 이 시들을 접할 때그때와 지금이 어떻게 다른지 나도 궁금했기 때문이다일년 전 나는 3, 1살 아이들을 두고남편을 잃었다겨우 말을 배우는 아들과 태어난 지 돌도 채 지나지 않아 걷지도 못하는 딸을 앞에 두고 매일을 울며 지내던 나는그대로 미치거나 혹은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 그래도 새끼들을 두고 나마저 떠날 수는 없어서 어떻게든 살아 보고자 책을 찾았다다만 책을 읽는 것조차 쉽지 않은 찢어진 마음이라사 놓은 몇 권의 책은 아직도 읽지 않기도 했고어떤 책은 두 번 읽기도 했다도종환 시인(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접시꽃 당신은 두 번 읽었다. 

 

처음 읽을 때는 이 얇은 책을 한참을 걸려서 다 읽어 내었다한 장 한 장 시 한편을 읽어 내려갈 때마다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다음 장을 읽어내는 것이 버거웠기 때문이었다시인도 나와 같이 말하지도 걷지도 못하는 아이 둘을 두고 부인이 죽었다차이점은 그는 선생이라는 직업을 가진 남자라는 것과나는 당시 아이 둘을 낳고 주부로 살아가던 여자라는 것배우자의 죽음이라는 상실의 아픔과 홀로 남은 내게 남겨진 갓난 아이들 둘그리고 나는 여기에 살 집도 살 돈도 없는 데다 앞으로 살아갈 직업 조차 없는 생계에 대한 두려움이 추가 되었다.

 

나와 엇비슷한 상황에서 쓰여진 시인의 글귀들은 내게한 자 한 자가 눈물로 대치되었다어느 한 시구들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고한 장을 넘기는 동안어떤 때는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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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저문 여름 뜨락에

엷은 꽃잎으로 만났다가

네가 내 살 속에 내가 네 꽃잎 속에

서로 붉게 몸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

열에 열 손가락 핏물이 들어

네가 만지고 간 가슴마다

열에 열 손가락 핏물자국이 박혀

사랑아 너는 이리 오래 지워지지 않는 것이냐

그리움도 손끝마다 핏물이 배어

사랑아 너는 아리고 아린 상처로 남아 있는 것이냐” – 봉숭아, p.81

 

그렇게 한참을 울어도 얇은 시집 한 권은 끝나지 않았고읽는 동안 또 가슴이 복받쳐 오는 것이 두려워 이토록 얇은 시집을 한 달이 넘는 시간에 걸쳐 읽어내었다. 

 

그리고 일년 후나는 접시꽃 당신을 다시 펼쳐 들었다애비 잃은 애기들 둘을 에미 마저 떨어뜨려멀리 전라도 광주에 계신 친정 부모님께 맡겨 두고새끼들을 키워낼 돈을 벌기 위해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일년 전 그때 그 눈물의 시구 들을 다시 읽어내었다그 동안의 나는 어떻게 변했을지 사뭇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오늘 이 시집을 한번의 눈물도 흘리지 않고소리 내어 울지도 않고 모두 읽어내었다다만 시구들이 너무 아름다워 한번씩 눈을 들어 멍하니 생각에 잠기기는 했다시인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시구들을 구사해 낼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어떠한 기교에 의한 것이 아니라그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에 있으리라 생각했다세상의 이치와 진리를 깨닫고자신에게 혹은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보다 깊숙하게 생각하며하찮아 보이는 것들이라 할지라도 그 사물의 존재 이유에 대하여 숙고하는 것만약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어떤 기술이 있는 것이라면그것은 생각의 방식사유의 힘에 기인하는 것이리라그리고 보다 세세하거나또는 크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로움에 있을 것이었다.

 

당신의 손짓 쪽으로 나를 불러내가던 때처럼

당신 있는 이곳으로 올 때면

내가 노랫소리나 발자국 소리로

당신을 불러내러 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오

바람에 쓸리는 풀잎처럼 발자국 소리 귀 기울이며

모두 듣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도 드오.”   인차리 3, p.41

 

내게 주어진 기쁨과 아픔에서 그치지 아니하고내게 일어난 수많은 일들에 대해서 표현함에되려 타인의 마음을 살피는 것개인보다 전체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오히려 개인이 성장하는 것임을 깨닫는다아직은 샛파란 사랑을 잃은 그 순간에도 소리 내어 울기 전에 나보다 더 아플 누군가를 생각하며시인은 꽃잎에 편지를 쓴다.

 

이 세상 많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사랑하여

오래도록 서로 깊이 사랑하는 일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 생각을 하며 하늘을 보면 꼭 가슴이 메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서로 영원히 사랑하지 못하고

너무도 아프게 헤어져 울며 평생을 사는지 아는 까닭에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하고 오늘처럼 꽃잎에 편지를 씁니다.” – 오월 편지, p.24

 

시인의 시들은 시인에게 다가온 크나 큰 아픔에서도또 다른 곳에서 사랑을 잃고 떠도는 타인의 아픔을 배려하고나를 위한 기도에서 그치지 않고 나보다 힘이 들 타인을 위한 기도를 함으로써그의 아픔은 아름다움으로 승화되었다또한 나의 눈물도 나를 위해서만 흘리는 눈물이 아니요남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이리라.

 

나는 지금 나의 아픔 때문에 기도합니다.

그러나 오직 나의 아픔만으로 기도하지 않게 하소서

나는 지금 나의 절망으로 기도합니다.

그러나 오직 나의 절망만으로 기도하지 않게 하소서

나는 지금 연약한 눈물을 뿌리며 기도합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남을 위해 우는 자 되게 하소서” – 아홉 가지 기도, p.70

 

시인의 아픔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도그 눈물의 의미를 헤아려 생각하며그것을 헛되게 하지 않고그 안의 뜻을 숙고함으로써시인의 노래를 접하는 이들에게 함께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그를 데려가심으로 제가 받은 눅눅한 슬픔보다

이루고 싶던 소박한 삶과 많은 날들을 두고

황망히 달려가야 했던 찢어질 듯한 가슴을 더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제 사랑하는 사람을 급히 데려가야만 하는

당신의 깊은 뜻을 헤아려 생각합니다” – 묵도, p.76

 

내가 받은 슬픔이 한 없이 크다 한들내게 이런 슬픔을 안긴 당신이 가져야 했을 그 아픔 또한 얼마나 컸을지 나는 결코 알 수 없고또한 이 모든 아픔과 상실과 슬픔을 주관하시는 하늘의 뜻은 또 얼마나 높은 곳에 있는 지 나는 알지 못할 것이다그러므로 나는 내게 온 이 상실과 아픔과 슬픔에 대하여도 겸손하여야 하는 것이리라.

 

두 번째 접한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의 시들은내가 이제 더 이상 그의 시들을 눈물로만큰 소리를 내어 우는 울음으로만 접하지 않을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고아픔보다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음을 알게 해 주었고아픔과 상실의 시간을 비롯한 나의 모든 순간은 오직 감사의 한 가운데에 있는 것임을 느끼게 해 주었다.

 



■  글, 사진   김경옥 │ 수필가  (expert4you@naver.com / http://blog.naver.com/expert4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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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민님의 댓글 작성일